이슈-다시 떠오른 보험중개업계 현안

[보험신보 정두영‧이재홍 기자] 최근 보험중개사의 법적 권한 확보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무위원회 소속 홍성국 의원이 보험중개사의 개념과 역할을 명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홍 의원은 이와 관련 오는 14일 ‘기업·상공인의 위험관리와 보험가입 활성화를 위한 상법 개정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갖는다.

이 문제는 보험중개업계가 당면한 현안 중 하나다.

중개사는 지난 1990년대 소비자에게 복잡한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가격 협상까지 대신할 수 있는 선진 보험판매채널로 국내에 도입됐다.

그러나 여전히 미비한 법적 지위와 직급영업 등 구조적 문제로 좀처럼 저변을 넓혀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실을 짚어본다.

 


 

▨현안과 대책

법령에 정의조차 명확하지 않다…‘독립적으로 보험계약 체결 중개’

보험사 직급영업체계 여전…‘부당한 일감 몰아주기 차단’ 업법개정

 

◆법적지위 강화=중개사업계는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입을 모아 중개사의 법적지위 강화를 꼽는다. 유일한 소비자 입장의 판매채널로서 기업보험 체결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국내 관련 법령에는 중개사에 대한 정의조차 명확하지 않다.

실제 현행 상법 보험편 제642조의 2(보험대리상 등의 권한)를 살펴보면 보험대리점과 보험설계사에 대한 개념과 권한을 정의하고 있지만 중개사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이로 인해 일반 소비자에게 도입된 지 20년이 넘은 중개사는 여전히 낯선 이름일 수밖에 없다.

중개사업계 관계자는 “법령에 명확한 규정이 없다 보니 다수의 소비자로부터 대리점이나 설계사와 동일한 성격의 판매조직으로 인식되기도 한다”며 “이는 중개사의 영역 확대에 어려움이 되기도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중개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위험관리나 담보조건 설정, 보험금 회수 등 권리를 놓치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중개사업계는 이에 따라 상법 보험편에 중개사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제646조의 이름을 보험대리상 등의 권한에서 보험모집종사자의 권한으로 바꾸고 하위안에 ‘보험중개사는 보험자와 보험계약자 사이에서 독립적으로 보험계약의 체결을 중개하거나 보험계약자와의 계약에 의해 보험계약자를 대리할 수 있다’는 조항을 삽입하는 것이 골자다.

중개사업계가 보험업법이 아닌 상법 개정을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타 보험모집채널과 다른 특수성 때문이다.

김성준 중개사협회 회장은 “보험업법의 경우 보험사나 설계사 등 모집관계자를 감독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며 “그러나 국내외를 막론한 중개업무를 위해서는 상행위를 총괄적으로 규율하는 상법에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개사업계는 지난해에도 이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으나 상황은 달라지지 않은 채 해를 넘겼다. 그러나 중개사업계의 발전과 소비자 권익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안인 만큼 올해도 지속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다.

 

◆직급영업 철폐=중개사업계는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 중개사제도가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대표적인 이유로 ‘직급영업’을 언급한다.

보험사 직원이 직접 보험계약 인수를 담당하다 보니 본연의 위험관리보다는 수익을 위한 영업이 되고 이는 다시 일반, 기업보험시장의 정체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개사업계 관계자는 “해외 선진국에서는 브로커(중개사)마켓을 통해 일반보험과 기업보험이 성장해왔지만 국내에서는 중개사제도의 도입이 늦었다”며 “이미 보험사의 직급영업체계가 견고한 상황에서 중개사가 들어오다보니 사업 영역이 원수보험보다는 재보험 중개에 편중될 수밖에 없었고 지금까지 이어져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구조가 일반보험, 기업보험시장의 정체를 야기했고 먹거리가 한정된 중개사업계의 성장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개사업계는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립적 위치에 있는 중개사업계의 입지가 좁아지는 만큼 소비자는 전문성이 기반된 위험관리 서비스를 받기 어렵고 이는 소비자가 보험사와 동등한 입장에서 리스크를 전가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험사가 기업보험 인수를 위해 만든 자기대리점의 경우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라는 지적도 있다.

보험가입금액이 큰 계약에서 발생하는 중간 수수료로 높은 비용 대비 낮은 효율의 문제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 중개사업계의 시각이다. 또 이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보험업법 개정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자체역량 제고=중개사업계는 자체적인 역량 강화도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소비자에게 적합한 사례를 찾아 최적의 편익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전문성을 갖추고 스스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중개사인 에이온과 윌리스의 합병 등 세계적으로도 이같은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 갈수록 거대해지는 위험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이를 수행하는 중개사 자체도 대형화·전문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대두되고 있다.

중개사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편에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중개사부터 어느 정도의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며 “규모가 큰 기업보험에서 배상책임을 놓고 법적 분쟁이 벌어지는 경우 몇 년 이상 지속되기도 하는데 이를 견딜 수 있어야 중개사를 믿고 계약을 맡긴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홍 기자 ffhh123@inswee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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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한만영 히스보험중개 대표

“글로벌 정합성‧경쟁위한 첫 걸음이 법적지위 규정”

 

▲보험중개사의 상법상 법적 권한 확보가 중요한가-일례로 보험중개사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법’(국당법)에 의해 국가나 공공기관의 보험경쟁입찰의 참여권한이 제한되고 있어 이같은 문제를 알리고 개선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에 방문한 적이 있다.

담당 실무자가 보험중개업의 기능에 대해 공감을 하면서도 보험중개는 무슨 법적 근거에서 일하는지 상법 보험편을 확인했다.

그런데 보험대리점과 같은 업무냐고 묻더라. 내가 보는 앞에서 상법 보험편을 뒤지면서 현행 법상에도 나와있지 않는 개념이라고 얘기했다.

현행 상법에서 보험대리점, 보험설계사의 개념과 권한을 명시할 뿐 보험판매채널의 한 축을 담당하는 보험중개사에 대해서는 별도의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망치로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이렇게 상법상의 근거 규정이 없어서 그동안 보험시장에서 보험중개사들은 보험대리점과 유사한 제도로 오해를 받는 경우가 빈번했다.

해외보험시장에서는 보험중개사는 주요 모집채널로서 보험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글로벌 정합성과 글로벌 경쟁을 위해서는 보험중개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법적 권한 확보의 중요성에 대해 좀 더 얘기해달라

-보험중개사의 순기능을 알리고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첫걸음이 상법 개정을 통한 법적 지위 확보라고 본다.

일반인들에게는 보험대리점, 보험설계사와 보험중개사는 모두 보험을 모집한다는 점에서 그 역할이 유사하다고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보험대리점, 보험설계사는 보험사에 종속되거나 보험사의 이익을 위해 활동을 하는 반면 보험중개사는 보험계약자의 이익을 위해 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보험은 보험계약자와 보험자 사이에서 리스크를 전가하는 과정에서 리스크에 대한 이해와 보험약관 및 ‘Coverage’가 난해해 전문가를 통해 보험계약자의 대항능력이 부족한 점을 보완해야 한다.

이것이 보험중개사의 주요 기능이다.

그래서 ‘보험변호사’라고 표현하는 것이 일반인들에게 보험중개사의 역할을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활동면에서도 보험대리점, 보험설계사는 생명보험, 자동차보험 등 주로 가계보험의 영역에서 모집활동을 하는 반면 보험중개사는 기업보험(공장, 해상, 건설공사 등)과 재보험의 영역에서 중개활동과 전문적 위험관리 자문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이에 따라 보험중개사에 대한 사회저변의 인지도를 높이고 국내 기업보험 시장에서 보험중개사들이 고도의 전문적인 지식을 갖춰 위험관리 자문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그 첫걸음이 상법에 보험중개사에 대한 관련 규정부터 둬야 하는 것이다.

 

▲보험시장에서 중개업계가 더 성장하려면

-현재 국내시장에서 보험 판매채널로서 위상은 비유하자면 ‘꽃봉오리’라고 얘기하고 싶다. 앞으로 꽃으로 만개할 일만 남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보험시장 측면에서는 보험사의 직급체계와 자기대리점을 통한 일감몰아주기 등 국내 보험업계의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할 것이다.

우리 보험중개업계도 제대로 된 보험유통채널의 한 축을 맡기 위해서는 ‘대형화’가 필수다. 또 현행 보험업법에 적시돼 있는 중개법인의 설립요건과 ‘영업요건’의 정비 및 준수가 필수적인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정두영 기자 jdy0893@inswee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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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개사협회의 노력

제도개선 당위성 뒷받침할 여러 연구업무 박차

중개사협회는 이같은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개별 중개사가 자체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조사·연구업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관련 제도 개선을 요청할 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논리적 근거를 마련하고 나아가 중개사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높이는데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중개사가 활성화된 해외의 선진 운용사례를 조사한다. 이를 통해 국내에 도입할 수 있는 사안들을 도출하고 연구보고서 발간을 통해 중개사업계 전반의 방향성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업무와 관련 유용한 관련 통계자료도 마련,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대외적인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여나가기 위한 홍보활동도 적극 추진 중이다. 언론매체에 대한 기고와 발표 등을 통해 중개사의 순기능과 전문성을 알리겠다는 목적이다.

일반 소비자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중개사 업무에 대한 홍보자료도 제작·배포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만화 형태로 제작한 자료를 만들어 중개사의 역할과 기능을 알리고 있다.

이를 통해 독자적인 전문채널로서의 입지를 구축해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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